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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출판사 첫눈, ‘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어온다’ 출간

사랑을 잊은 그대에게 보내는 위안

출판사 첫눈이 청민의 ‘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어온다’를 출간했다.

누구나 혼자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그 사람이 나를 외롭게 할 때, 누군가 너무 미워질 때, 모든 것이 의미 없다고 느껴질 때. 그럴 때면 사랑을 외면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은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고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다. 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분다. 또한 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어온다. 우리는 상처받고 힘들어도 불어오는 사랑 앞에서 어쩔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애증, 질투, 분노, 슬픔, 미움, 두려움, 후회, 절망.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감정들이지만 이 감정들을 사랑이라는 단어를 제외한 어떤 단어로 모을 수 있을까. 《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어온다》에는 우리가 무심코 스쳤지만 사랑이란 이름으로 부를 만한 다채로운 감정들이 담겨 있다. 좋으면서도 밉고 미우면서도 마음이 쓰이던 감정, 떠올릴수록 애틋한 기억, 뭐라 해야 할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하게 간직하고 있는 마음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고 나면, 다가올 사랑을 기대하게 될지 모르겠다.

이 책은 2015년 다음 카카오가 주최한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은 청민의 신작 에세이다. 문장 곳곳에 저자의 감성과 섬세한 시선이 배어 있다. 출근길에 스친 풍경을 묘사한 ‘출근길에 스치는 조각’은 무심결에 스칠 만한 작은 일상의 조각들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저자는 “그 골목엔 높은 건물이 하나도 없어서 아침 햇살이 아주 예쁘게 들어왔고, 부부는 매일 아침 새로운 햇살을 받으며 서로의 손을 잡고 길을 걸었다.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으며 한편으론 숭고하기까지 해 나는 늘 조용히 두 손을 모으고 산책하는 부부가 지나가길 기다렸다”고 쓰며 따뜻한 감성으로 세상을 엿본다.

저자는 애정을 담은 퉁명함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대신한다. “여전히 나는 톰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으며, 그때 제리를 살려준 것을 내내 후회하며 살고 있다.” 어릴 적 친구들의 괴롭힘에서 동생을 지켜준 일을 회상한 대목이다. 자칫 우울한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었던 이모의 간이식 수술을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로 묘사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오빠에게 간이식 이야기를 전하는 이모부의 모습이 꼭 별주부전의 거북이 같았다. 용왕님을 살리기 위해 토끼의 간을 가져가야 하는데 하필이면 그 토끼가 아들이라니.” 원작과는 달리 용왕님과 토끼를 사랑하는 거북이의 마음이 애틋하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사랑이 없는 줄 알았던 곳에서도 여전히 사랑이 불고, 나에게도 불어오고 있었음을 떠올릴 수 있다. 이별 후에 마음 아픈 사람, 인생이 버겁기만 한 사람, 사랑이 어렵다고만 느낀 사람에게 한 줄기 위안이 될 것이다.



◇저자 소개



청민
유치한 농담, 김광석, 엄마가 물려 주신 꽃무늬 스커트, 조조영화, 오래된 골목, 여름과 가을 사이, 덕수궁, 프리지아를 좋아한다.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살고픈, 아주 보통의 청춘. 맑은 가을하늘 같은 감성으로 희망과 사랑을 쓰고 싶은 B컷 시선의 저자.



◇책 속으로



그때의 마음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좋으면서도 밉고, 미우면서도 마음이 쓰이던. 떠올릴수록 애틋하면서 아쉬운 기억, 창가에 앉아 발자국 하나 없는 설원을 구경하던 설렘, 그리고 딱 그 정도 크기의 외로움. 이 모순적인 감정을 나는 무어라 불러야 할까. 똑 부러지게 설명할 순 없지만 분명하게 간직하고 있는 까만 마음을, 나는 사랑 말고 어떤 이름으로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작은 것에 기죽고 별 것 아닌 말에 눈물 훔치던 모스크바의 낡은 페이지들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나의 까만 마음들은 어디로 버려지는 걸까. 비록 사랑보다 미움이 더 많았다고 해도, 사랑이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 해도.
- ‘모스크바 판타지’ 중에서



만약 지진이 더 세게 카페를 흔들었다면, 그래서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할 수 없었다면, 나는 ‘내가 죽는 것’과 ‘엄마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한 것’ 중 어느 쪽을 더 안타까워했을까. 지금 당장 해야만 하는 것들을 하나씩 떠올리다가, 끝에 가서야 생각했다. 사랑한다고. 엄마와 아빠를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 나는 언제나, 그 말을 해야만 했다.
- ‘끝이라는 단어’ 중에서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이 머리칼에 스며들었다. 아, 어쩌면 나는 지금 용기를 내고 있는지도 몰라. 잘 알지 못하는 골목을 기웃거리면서 이름 모를 바다를 걷는 중인걸. 어쩌면 나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있는 걸지도 몰라. 그래서 이 외로운 마음을 달래는 중일지도 몰라. 그 애의 흔적을 쫓아 온 바다에서 나는, 위로받고 있었다. 그 애가 좋아한다던 바다도, 이곳으로 오는 굽은 초록 산길들도, 그 애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나는 그 모든 것에 위로를 받았다. 어쩌면 그 애가 바다에 작은 위로를 숨겨 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 애의 바다였던 이곳이 내게도 조금은 의미 있는 공간이 되었다면, 이 바다를 여행한 것을 사람을 여행한 것이라 여겨도 될까. 그 애를 여행한 하루라고 불러도 괜찮을까.
- ‘그 애의 바다’ 중에서



“유리나 플라스틱에 상처가 나면 와장창 부서져버리잖아요. 근데 가죽은 하나의 멋이 된다는 게 좋았어요. 가죽의 상처는 지나온 기억을 담고 있는 것 같아서요.”
가죽의 모든 상처엔 지나온 자신의 발걸음과 마음들이 숨어 있단다. 그 시절의 자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기가 있을 수 있다는 Y의 이야기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지난날의 감정들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것도 같았다. 이토록 사소한 한마디에 위로를 받을 줄이야.
Y의 말로 인해 죽은 피부 껍질처럼 여겼던 어설픈 지난날들이 다른 의미가 되어 내게 돌아왔다. 오래된 앨범 속 사진을 들여다보듯 지난날의 기억을 다시금 되짚어본다. 어쩌면 상처받았던 내가 있었기에 조금은 더 단단해질 수 있었던 걸까. 흉터는 점점 더 많은 기억으로 덮일 테니까. 가죽 공예를 배우자고 신나게 떠드는 Y를 보면서 생각했다. ‘너는 모를 거야. 네가 나에게 얼마나 커다란 선물을 주었는지.’
- ‘가죽과 상처’ 중에서



아파트 현관을 나서면 낡은 창문과 마주친다. 창문에는 주황색 꽃들이 넝울넝울 맺혀 있는데, 꽃 이름에 무지한 나는 처음엔 주황 나팔꽃인 줄 알았다. 능소화. 그 꽃의 이름은 능소화였다. 여름에만 피는 꽃. 양반집에서나 볼 수 있었다는 주황 꽃.
능소화는 낡은 창문의 외로움을 달래주러 온 소녀 같았다. 소녀는 까만 창 테두리를 칭칭 둘렀고, 꽃봉오리를 창밖으로 내었다. 능소화는 내가 걷는 골목길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매일 아침 내 안부를 묻는 것 같았다.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 나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창에서 아침노을이 망울망울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다.
- ‘출근길에 스치는 조각’ 중에서



사랑은 어쩌면 조각과 조각이 모여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처음부터 대단한 하루가, 처음부터 대단한 사랑이 어디 있을까. 사랑은 조각과 조각이 모이는 행위이고, 작은 조각들이 쌓이면서 하나의 사랑이 되는 것이 아닐까. 나의 하루는 수많은 조각들로, 수많은 마음들로 시작되었다. 매일 아침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생각한다. 아침을 밝히는 이 조각들을 참 사랑한다고.
- ‘출근길에 스치는 조각’ 중에서



홀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제목을 알 수 없는 사랑의 영화들을 목격한다. 얼마나 많은 영화들이 이름 모를 골목에서 치열하게 상영 중일까. 내 사랑의 영화는 어떤 모양일까. 오늘밤 목격한 세 커플과 별 다르지 않은 모습이겠지만, 흩어지는 여름밤의 바람을 맞으며 언젠가 올 나의 사람을 상상해본다. 내 사랑의 영화는 언제쯤에야 개봉을 할까.
- ‘한여름 밤의 골목 영화제’ 중에서



저는 ‘오래 걸리는 것들’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대구에서 서울까지 2시간이면 도착하는 KTX가 아니라, 대구에서 구미, 대전, 천안 등 모든 역을 거쳐야 서울에 도착하는 무궁화호처럼요. 굳이 각 역마다 정차해야 하는 완행열차 같은 성격이 저와 닮아서 그렇습니다. 편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천천히 한 사람만을 곱씹는 행위, 다른 주변의 것들은 잠시 접어두고 나와 그 사람의 관계 그리고 의미를 꾹꾹 눌러 쓰는 행위. ‘천천히’가 주는 매력 때문에, 저는 편지를 씁니다.
옷 정리를 마무리하고 책상 앞에 앉아 종이 한 장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느리지만, 사랑하는 청민에게’로 시작하는 첫 문장을 썼습니다.
- ‘편지’ 중에서



◇차 례



끝이라는 단어
토끼와 용왕님
컨닝과 커피 한 잔
모스크바 판타지
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어온다
아빠가 들려준 이야기
이별 숙취
외할머니의 손
되게 웃긴 녀석
할아버지 구둣방
그 애의 바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사람
한계의 슈퍼맨
충성, 나의 제리에게
가죽과 상처
출근길에 스치는 조각
엄마의 상자
나의 동굴
작은 사랑 포장 법
내 곁에 와줘서 고마워
뺨 때기 맞은 날
백야
단골집
한여름 밤의 골목 영화제
미운 오리 새끼
오늘의 쪽지
Positives+
버스 잘못 탄 날
마음, 그 찰나의 순간
어느 여름밤의 고해성사
편지

epilogue
thanks to

 

첫눈 개요

첫눈 출판사는 에세이 전문 출판사다. ‘방구석 라디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를 출간하였고, 앞으로도 감성적이고 따뜻한 에세이를 출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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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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